2024. 10. 3 오전 6:16 입력
'그가 말한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으로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은 취임사에서 '보편적 가치', '연대'와 '세계시민'이라는 다소 생경한 단어를 사용하며 대한민국이 그리고 국민들이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여러가지 해석을 잠시 뒤로하고 그가 그린 미래는 분명 본인 나름의 희망을 강조한 것이었으리라 생각해본다. '보편적 가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엇비슷한 상식을 가지고 살아기는 사회를 그리고 '연대'는 이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을, 또 마치 '로마시민'을 연상케하는 '세계시민'은 민주주의의 한계 속에서도 높은 수준으로 세계를 리딩하기를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을 그린 말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취임사에 대해 모두가 새로운 정부에 막연해도 조금은 나아질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자유로운 대한민국'
윤석열은 또한, '자유민주주의'와 '공정과 상식'이라는 표현을 늘상 언급했고 그가 한 말들 중 현재까지 우리가 뇌리에 선명하게 기억하는 단어들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단어는 '민주주의'이다. 이 단어 앞에 '자유'라는 말을 덧붙이면 '민주주의'는 구속 또는 속박민주주의가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해하기 힘든 단어를 억지로 만들어 표현하고자 했던 말은 과연 무엇일까? 검사로서 또 검찰총장으로서, 특별수사 검사로서 조사했던 정재계 인사들을 통해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이 사실 구속과 속박에서 민주주의로 포장되어 온 것을 발견하고 이를 탈피해 보자는 꿈을 가졌던 것일까?
'공정(公正)과 상식(常識)'의 사전적인 의미는 '공공을 위해 올바르다' 그리고 '사회구성원이 기본 교양으로 여기는 지식'을 뜻하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그동안 우리는 순수한 마음과 눈으로 대통령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보다 공정하고 상식이 통하는 국가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미로 이해하려했다 할 것이다. 뉴스를 통해 알려진 수많은 의혹과 불공정의 상황에서도 말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정권
선한 마음으로 이해한 그의 언어와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바이든 날리면', '이태원참사', '오송지하차도 참사' 등을 통해 '인권'은 국민들로 하여금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했고 '채해병 수사', '양평고속도로 변경'. '주가조작', '세관 마약조사 개입'등의 소란 속에서도, 대통령 일가의 '친인척 비리'를 엄격하게 다뤄온 지난 정권들을 뒤로하고 '공정과 상식'은 일부에게는 통하지 않는 사실을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이 역시 정재계를 범죄자로 다뤄온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경험상 이 정도는 '鳥足之血' 또는 귀여운 愛嬌정도라고 생각한 것일까? 대통령과 관련하여 등장한 사건은 그 하나를 재대로 평가하기 전에 새로운 사건으로 반전을 거듭해온 지난 2년 반의 시간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이처럼 사건이 끊이지 않고 온 국민이 갑을논박(甲乙論駁) 둘로 또 셋으로 갈라져 싸운 적이 있었던가?
무자격-프리패스-불통이 인사시스템?
아당(野黨)이 다수당을 얻고 국회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마치 야당이 잘못해 그렇게 된듯 오해가 있을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누가 야당이고 누가 여당(與黨)인지 헷갈리기 마저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국정감사, 국정조사, 청문회 등의 상황을 통해 온 국민들이 느끼게 된 것은 '참으로 수준낮은 자들이 이 나라를 좌지우지 하고 있구나'하는 한심한 마음이다. 일본을 찬양하는 장관후보자들, 5억에 가까운 법인카드를 사용하고도 구체적인 내역은 함구하고 모두 업무용이라는 앵무새 뺨치는 뻔뻔함을 보여준 방통위원장 후보, 현금20억은 스킵(SKIP)하고 108억의 재산을 가진 검찰총장과 처가 회사에 일감 몰아준 국세청장후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인권위원장 후보, 부처 폐지를 위해 나왔다는 여가부 장관후보 등 '시스템인사'를 강조한 정부의 언급이 무색할 정도로 인사청문회에 등장한 후보들은 하나같이 무자격을 갖춘? 인사들이었고, 문제를 전혀 검증하지 못한 시스템임을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은 이들의 임명을 강행했다. 매우 공정했고 매우 상식적인 인사였다. 임명한 사람과 된 사람들에게만.
하나씩 드러나는 의혹들
최근 '미래한국연구소-명태균'이 정치판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윤석열의 대선 기간 전후과정에서 3억7천만원에 달하는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사실과 이를 조작해 사용한 의혹들이 들어나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 힘 5선의원인 김영선 전의원이 연관된 사실 또한 밝혀졌고, 국회의원에게 지급하는 세비를 나누어 가진 일도 의혹으로 등장했다. 같은 기간 당대표였던, 이준석과 한동훈도 이와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의 당무개입과 공천개입이 언론사들을 통해 녹취록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박근혜 탄핵을 주도했던 JTBC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구체적인 상황들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여사의 공천개입과 당무개입 의혹으로 인해, 지난 몇 달간 세상을 시끄럽게했던 '디올 백'사건은 이젠 귀여운 수준으로 보일 정도로 정치권엔 이젠 정말 큰 소용돌이가 치고 있다.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명백한 탄핵의 사유가 된다.
2004년 2월 24일
노무현은 이날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중략)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것을 다하고 싶다'는 말을 했고, 한나라당은 이 말이 '총선개입'이자 선거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통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한 노무현을 탄핵의결을 통과시켰다. 헌재는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2004년 5월 14일 '기각'을 판정했다. 이 사건에서 두가지 상황을 인지해야한다. 하나는 대통령은 반드시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하고, 두번째는 헌법을 수호해야한다는 점이다. 노무현의 경우 첫번째 사유에 대한 위반이 인정되어 탄핵이 의결되었지만 파면을 할 정도의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헌재는 탄핵을 통한 파면을 기각했다. 하지만 국정농단으로 탄핵 파면된 박근혜의 상황을 보면 선출된 권력이 아닌 민간인이 국정에 개입했고 이것이 탄핵의 인용으로 결론 지어졌다.
현재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는 당무개입과 공천개입의 의혹에 있다. 이는 앞선 노무현의 당무개입과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모두 더한 상황을 훨씬 뛰어넘는 상황이다. 김건희는 선출권력이 아니고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당무, 인사에 개입할 하등의 권한이 없음에도 방송을 통해 드러난 그간의 행태로 국민들이 이를 이미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는 것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권 결국, 탄핵(彈劾)의 길로 가는가?
국가와 국민이 아닌 미국 바이든에 충성하고, 일본 아베-기시다에 협력한 것. 홍범도와 김좌진을 내친 것. 이태원참사와 채상병의 순직을 외면한 것. 주가를 조작하고 고속도로를 처가땅으로 변경한 것. 명품백을 받고도 떳떳한 것. 이 모든 것을 수사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아닌 것으로 만든 것을 이젠 '부인의 당무, 공천개입'으로 한번에 스윙(SWING)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실익을 얻어온 중국시장을 버렸으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미일에 충성하고, 검찰인맥을 국가의 모든 사정(査定)기관에 앉혀 감독과 수사독점하고, 충성하는 정치인들을 각 부처와 요직에 등용하고, 학연을 통해 국정의사를 결정하는 자리에 임명해 권력을 개인의 통제에 두고, 그 힘을 온전히 개인의 사익으로만 사용해온 윤석열. 만일 대한민국이 아직도 7,80년대의 국민이었다면 어쩌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의식수준은 국민이 1등급, 기업이 2등급, 정치가 3등급인 상식을 본인만 몰랐던 것인가?
윤석열 정권의 지난 2년반의 시간은 그리 기억하고 싶지도, 그럴 필요도 느껴지지 않는다. 의미를 두거나 기억할 만한 일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슴아프고 분노가 치미는 사건들만 가득하다. 사람은 슬픈 기억은 빨리 잊기 위해 노력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탄핵을 두고 다른 나라에서는 선진 민주주의의 국가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마음에는 상처와 나쁜 기억만이 존재할 뿐이다. 펜데믹을 두번이나 겪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했지만 정치는 분노했고, 경제는 폭망했으며, 외교는 수치스러웠고, 사회는 혼돈만 남았다.
이제 윤석열에게 남은 일은 하루라도 빨리 품에 맞지 않는 자리에서 내려와 간난신고(艱難辛苦)에 있는 국민들의 마음이라도 편하게 만들어 주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진보의 길은 더디다, 그게 맞다
문재인은 '진보의 길이 더딘 것은 그만큼 어둠이 깊다는 것이다'라고 본인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지지자들에게는 '고뇌의 표현'으로 들렸겠고, 중도에 있는 사람에게는 '핑계', 반대세력에게는 '우리가 악(惡)인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재인의 표현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진보(進步)'는 더디더라도, 그 발걸음이 작더라도 큰 가치를 갖는 일이다. 비단 어둠이 깊어서만이 아니다, 모두에게 가치있는 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해야하기 때문에 수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고 판단해 결정해야하는 일이다. 공공(公共)을 위한 일은 그 일이 크고 작고의 판단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해 작은 한 걸음을 내딪는 일이기에 '진보의 길'은 더딜 수 밖에 없고 그게 맞다.
편집인 작성 @코리아 타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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